관심사 관찰기

퍼레이드

금방소나기 2008. 3. 14. 09:58

 

 

 

화창한 일요일 오후,

내가 왜 이렇게 베란다에 나와 서서 코앞의 도로를 바라보고 있는가 하면 이유는 단 한가지, 심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심심할 때면 왠지 시간이란 직선의 개념이 아니라 그 양끝이 연결된 원 같은 느낌이 들고,

아까 지나간 시간을 다시 한번 새롭게 보내고 있는 듯한 생각도 든다.

 

 

현실감이 없다는 표현은 어쩌면 이런 상태를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화창한 일요일에 하고 싶은 일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뭐가 하고 싶으냐고 물어와도 좀 곤란하지만,

이를테면 지금까지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곳에서 지금까지 한번도 만난적이 없는 사람과

서로 부끄러울 정도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특별히 예쁜 여자가 아니어도 괜찮다.

예를 들자면.......그래, 나쓰메 소세키의 [고코로]에 나오는 선생과 K처럼 인생 혹은 사랑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 싶다.

단, 자살까지 하면 성가시니까 성격은 좀 낙천적인 상대였으면 좋겠다.

 

 

민달팽이처럼 달라붙어 있던 베란다 난간에서 떨어져 방으로 돌아온 나는

아직까지도 바닥에 그대로 깔려 있는 이불을 밟으며 거실로 나갔다....

 

 

 

요시다 슈이치의 퍼레이드중에서...

 

 

 

'관심사 관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홍글자  (0) 2008.05.18
첫사랑온천  (0) 2008.03.26
오듀본의 기도  (0) 2008.02.25
열흘짜리 배낭여행  (0) 2008.01.23
써티데이즈 오브 나이트, 미스트, 마법에 걸린 사랑  (0) 2008.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