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랬을까.
그때 다시 할머니의 말이 생각났다.
"인생이란 건 말이지. 백화점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나 매 한가지야.
너는 제자리에 멈춰 서 있어도 어느 틈엔가 저 앞으로 나가 있지.
그 위에 첫발을 디딘 순간부터 흘러가는거야.
도착하는 곳은 이미 정해져 있지. 제 멋대로 그곳을 향해 간다 이거야.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몰라. 자기가 있는 장소만큼은 에스켈레이터가 아니라고들 생각해."
그러고 난 다음에, 어차피 에스컬레이터는 네가 좋든 싫든 앞으로 흘러가니까
숨이 턱에 받치도록 일하기보다 맛있는 거나 먹고 쉬엄쉬엄 사는게 득 보는 거라고 했다.
"일을 하지 않으면 먹을 수도 없잖아.
일하지 않으면 에스컬레이터의 끝까지 타고 있을 수도 없다고.
그러니까 일을 해야지." 나는 반박했다.
"에스컬레이터란 놈은 어디서 내리든 큰 차이는 없는 법이란다."
<오듀본의 기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