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식에 굶주려 지식의 꿈을 채우는데 일생의 대부분을 보내고 이미 쇠약해져 버린 남자요.
이런 내가 당신과 같이 젊고 아름다운 여자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었겠소!
내 마음은 많은 손님을 맞을 만큼 충분히 넓었지만 난로 하나 없는 쓸쓸하고 차가운 빈 집 같았소.
나는 불을 한번 붙여보고 싶었소!
나는 늙고, 우울하고, 불구이긴 했지만, 세상에 널리 흩어져 있어
누구나 자유롭게 주워 모을 수 있는 저 소박한 행복을 내 것으로 하겠다는 생각이
그토록 허황된 꿈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소."
<주홍글자 4장>
.
.
.
위 인용문은 아내와 합류하기 위해 미국으로 오던 중 인디언에게 잡혀 뒤늦게 온 칠링워스가
처형대에서 다른 남자의 아기를 안고 있는 아내를 발견하고
감옥으로 찾아가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는 장면이다.
고등학교 때<주홍글자>를 읽다가 난 이부분에서 딱 멈췄다.
'악한' 칠링워스에 대한 연민으로 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추한 불구의 몸에 학문 탐구로 일생을 보내다가 외로움을 못 견뎌
언감생심 젊고 아름다운 여인을 탐하는 '허황된 꿈'을 꾼 칠링워스.
'세상에 널리 흩어져 있어 아무나 자유롭게 주워 모을 수 있는 저 소박한 행복'을
꿈꾸던 칠링워스에 어쩌면 난 내 처지를 대입시켰는지도 모른다.
몸은 부자유스러워도 내가 열심히 공부를 하면 나의 지력으로 이 세상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나의 칠링워스의 말이 구구절절이 마음에 와 닿았다.
조선일보 5월17일에 실린 장영희 교수의 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