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기

삼청동 그리고 후비고 다니기

금방소나기 2008. 1. 4. 14:35

 

 

 

바람이 더욱 차게 느껴지는 늦은 오후 집을 나섰다.

언젠가 메모지에 적어둔 전시회를 보기 위해서 동동 동여맨 목도리에 얼굴을 깊이 묻고 길을 나선것이다.

우선의 목적지는 삼청동...

광화문역을 등지고 경복궁 높다란 담을 따라 쭈욱~올라가다 보면

눈앞에 진선북카페가 보인다.

 

 

 바라보는 선에서 진선북 카페의 오른편으로 맑게 속살을 들어낸 유리창 너머로

아기자기한 눈사람들이 서성이고 있다면 전시회장을 제대로 찾아온거다.

 

 

입구에 들어서서 머뭇머뭇...쭈빗쭈빗...

사진촬영이 되는지 여부를 어렵게 물었더니 괜찮다며 쉽게 대답한다.

지키고 앉아 있는 사람 셋....

졸래졸래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인간 하나.....

그리고 정적...

한바퀴는 좀 빠르게.

두바퀴째는 촬영하며 느긋한 속도로 돌아본다.

 

 

 

전시회장을 나와 삼청동 길을 따라 목적없이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하나, 둘 경쟁하듯이 노란 등이 켜지기 시작하고 바람은 더욱 추워진다.

지금 이 순간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오스트리아에서 봤던 독특한 간판들이 여기 삼청동에서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제발 형형색색 네온사인 광고판의 남발은 이제 그만!

바라보기 어지러운 광고는 바보같은 짓이다.

 

 

삼청터널쯤에서 다물어져가는 해를 바라보니 왠지 조급해져온다.

긴 한숨을 들이내쉬고 후비진 골목을 한번 바라본후 미련없이 뒤돌아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드문드문 쌍을 이룬 사람들의 인기척이 요란도 하다.

늘어진 빛에 쫓겨 돌아선 내 뒤모습이 흡사 꽁지 빠진 도마뱀같이 느껴진다.

 

 

 

좁은 삼청동을 등에 지고

매정하게 내달리는 자동차를 피해 따뜻한 커피 한잔이 생각나

엔젤리너스에 뛰어들어 뻣뻣해진 다리를 쭉~펴고 앉아본다.

유리창 너머로 겨울이 느껴진다...

 

 

 카페모카 한잔에 실린 기운을 얻어 우왕좌왕한 청계천 루체비스타에 입김을 불어주고

발걸음을 시청 광장으로 돌렸다.

밝고, 아름답고, 화려하며 따뜻해 보이는 풍경과 달리한

내 맘은 왜 이리도 시린걸까...

자꾸만 굳어지는 어깨를 잔뜩 웅크리며 멍하니 시선을 기대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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