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북

119에 전화하다

금방소나기 2007. 10. 18. 19:29

 

 

 

 

 

어그제 밤 11시경

응급실로 119 구급차를 타고 신나게 달려 갔다. (ㅡ,ㅡ)

응급실은 살면서 한번도 가본적이 없다! 라고

말할수 있는 인간형이면 얼마나 좋을까만..

 

 

건물 1층에서 지하로 굴러 떨어진 울 아부지.

피가 철철 흘러 윗옷 앞자락을

죄다 적시는 모습에 나랑 울엄마 기절할뻔~

달리는 구급차 안에서 바둥되시는 아부지 다리를

벌벌 떨리는 손으로 꼭 붙들고 있자니 가까운 병원의 응급실에 도착했다.

 

 

다친곳은 전부 얼굴부위다.

이마 두군데 찟어진거 꼬매고

퉁퉁 부은 코와 뒤통수 깨진곳은 소독하고

치아손상 된건 나중에 얼굴이 좀 나으면 그때 하라는군.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그런지 링거 두병을 맞고

잠든 아부지가 깨길 기다리며 새벽으로 달리는 시계바늘을 바라본다.

 

 

그 새벽내내 울엄마와 나는 한쪽 의자에 구겨져 앉아

서로의 체온에 의지하고 안도하며

부산스럽지만 낯설지 않은 응급실 풍경에 넋놓고 있자니

자꾸 눈에 들어오는 가족이 있다.

 

 

두살정도 되보이는 아이가 배가 아파 응급실에 온 모양인데

든든한 보호자가 모두 4명.

부럽더라...

혹시나 싶어서 가져온 핸드폰은 내 주머니 속안에 있지만

딱히 어딘가, 누구에게도 전화할수 없는

우리의 처지와는 너무도 다른 그네들의 모습에

자꾸 움찔움찔 더 두렵고 힘이 빠져서

팔짱 낀 엄마의 팔뚝에 더 꼭 힘주어본다. 

 

 

새벽4시.

어느덧 정신이 든 아부지를 부축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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